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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통야담] "까라면 까" 사장님 갑질...입시생이 둘이지만, 자존심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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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통야담] "까라면 까" 사장님 갑질...입시생이 둘이지만, 자존심은 있어!
  • 이정형
  • 승인 2024.03.23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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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후에 사장님이 도착하니까 주차장에 대기하래요." 주방 이모가 종종걸음으로 와서 말한다.

작업실에서 숯그릇을 정리하고나서 싱크대에 담긴 석쇠를 닦으려던 K. 급히 일을 멈추고 매장 뒷문을 통해 주차장으로 갔다. 얼마간 기다렸지만 승합차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들어가려는 찰나 "빵빵". 고개 들어 힐끗 보니 담배를 문 채로 운전대를 잡은 사장이 창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화난 표정이다.

장어집 주차장은 ㄷ자 형태 건물의 중간에 위치한다. 출입구에서 보면 좌측은 장어집 매장이, 반대편은 학원,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이다.

주차장 끝 왼쪽에는 주방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차량에 실린 야채, 쌈장을 비롯한 식재료들을 내려서 운반하기 좋은 통로다. 

"누가 또 여기 주차했어!" 문 바로 앞에 주차된 승용차를 본 사장 얼굴이 일그러진다.

"정수기 청소하러 왔어?" 승용차 앞유리 너머에 쪽지가 보인다. 운전자 전화번호 위에 "정수기 수리 중"이라고 써있다. 

K는 오후에 주차장에 나올 일이 없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마대걸레를 가지러 왔던 오전에는 주차한 차량이 거의 없었고.

주방 문을 열고 "정수기 점검하러 왔나요?" 물었다. "무슨 소리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매장 관리하는 팀장. "전화해서 빼달라고 하세요" 그런다.

"자기가 하면 되지, 나한테 궂은 일을 시켜" 싶었지만 전화기를 꺼내 든 K 눈에 상추 박스를 내리는 사장이 보인다. "일단 물품부터 내려 놓고 전화하자"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석쇠를 왜 안실어보낸 거야!" 주차장 난간 위 바구니 두 개에 담긴 석쇠를 본 사장이 소리친다. 푸른색 비닐 봉투에 담긴 10개 정도씩 담긴 석쇠다.

"가져간 후에 사용한 겁니다." "내가 봤어! 저기 있는 걸!" 사장은 고함을 지른다. "남은 거라니까요" K 목소리도 높아진다. 석쇠는 세척기가 있는 김포점에서 수거해간 후 세척해서 갖다준다.

"여기 이렇게 많이 두면 안에서 어떻게 쓰려고 해!" "안에도 몇 개 있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이틀 전에 석쇠가 다 떨어진 걸 봤다. 팀장에게 "석쇠 올 거죠?" 물었더니 "못와요" 그랬다. 주차장에 둔 바구니에서 10여개가 담긴 봉투를 가져와 몇개씩 세척해서 사용했다.

마침 손님이 많지 않았다. 사용한 석쇠를 바로 닦아서 다음 테이블에 올려도 시간이 넉넉했다. 며칠전에 사용한 것보다 장어 찌꺼기가 잘 떨어지고 세척도 쉬웠다.

"일 못하겠네요." 장갑을 벗으며 주차장 출입구로 걸어가는 K. 매장으로 돌아가자마자 검은 비닐봉투부터 챙긴다.

빈 식재료 통에 담긴 면장갑, 코팅장갑을 모두 담았다. 이 집에서는 제공하지 않아서 자기 돈으로 사서 사용하던 물품들이다. 비누와 석쇠 닦는 용품은 챙기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었다. 사장은 김포점으로 가져갈 석쇠를 비닐봉투에 소량씩 담아 주라고 했다. 캠핑카로 꾸민 김 기사 차량이 지저분해질까 염려해서다. 그전에는 석쇠를 바구니에 그대로 담아서 택배 차량이나 사장의 승합차로 운송했다.

처음 오던 날, 김 기사는 많이 싣기 어렵다면서 석쇠 두 묶음을 남겼다. 사장이 본 석쇠다. 그는 그날 이후 온 게 오늘이 처음이다. 

두번째 온 날은 "석쇠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주면 세척이 어렵다"면서 "조금씩 달라"고 했다. 그날부터 쌓인 석쇠를 가지러 오지 않았다.

마음이 개운해진 K. "사직서는 대표께 보내겠습니다"는 문자를 날렸다. 멀리서 주방 이모의 걱정이 들리는 듯하다. "아이구 입시생이 둘인 가장인데 어떡하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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